지난달 제 2019년형 맥북프로의 나비식 키보드가 맛이 갔었습니다.
정확히는 delete 키가 맛이 갔습니다.
끈적한 음료가 키보드에 묻어서 직접 키캡을 닦다가 힌지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냈습니다.
문제가 생기자마자 집에서 제일 가까운 애플 공식 수리센터인 해운대 투바에 갔습니다.
처음 만난 엔지니어분께는 처음 보자마자 문제를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했어요.
그때 제 과실인 부분도 가감 없이 얘기했었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맥북을 가져가서 보시더니, 사용자 과실이어서 수리하려면 비용이 청구된다고 했습니다.
delete키 힌지 하나 부러진건데 맥북의 설계 때문에 하판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애플케어가 있어서 최소 12만 원에서 최대 37만원까지 청구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용이 다행히 아닌데
열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으면 하판만 교체하면 돼서 12만원만 청구되지만, 만약 침수 같은 문제로 다른 부품에 문제가 있다면 최대 37만원까지 청구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수리기간이 1주일 정도 되고 수리 중 포맷이 될 수 있으니 데이터를 백업하고 오라고 해서 맡기지 않고 집에 가져왔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는 힌지 하나 부러트린 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ㅠㅠ 수리비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성급하게 키캡을 넣으려고 했던 몇 시간 전의 자신을 탓하면서 기분이 오락가락했어요.
혹시 사설수리센터는 더 싼 가격에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해봤었는데, 마찬가지로 하판 전체 교체를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delete 키 조금 안 먹히는 거 어떻게 외면하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별 짓을 다 해봤지만,
일주일 동안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습니다.
이러다간 아무런 작업도 진행이 안될 것 같아서 수리를 마음먹었습니다.
데이터를 백업하고 나서 두 번째로 해운대 투바에 방문했을 때는 또 다른 엔지니어분을 만났습니다.
혹시 이번에는 미주알고주알 얘기 안 하면 비용 없이 해결되지 않을까 했는데,
마찬가지로 사용자 과실이어서 수리비용이 청구된다고 하셨어요.
이미 수리를 마음먹고 갔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바로 맡겼습니다.
이전과 똑같이 12만원에서 최대 37만원 까지 청구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맥북에 끈적한 건 묻었어도 침수된 적은 없기 때문에 37만원은 절대 청구될 일 없다고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엔지니어분이 수리는 영업일 기준으로 4~5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만약 추가로 수리가 들어가야 한다면 전화로 연락을 해줄 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접수증을 받았습니다.
저는 7월 3일 금요일에 맡겼고, 그다음 주인 7월 7일 화요일에 다음과 같이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다행히도 추가금액 없이 수리가 되었습니다.
수리 완료된 제품을 찾으러 갈 때는 예약하고 갈 필요 없었습니다.
투바 가자마자 제가 맡겼던 엔지니어분께 가서 접수증 보여드리니까 바로 제 맥북 갔다 주셨어요.
그 자리에서 키보드랑 트랙패드 좀 만져보고 화면 좀 테스트해보고, 문제없어 보여서 바로 결제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여기저기 살펴보고 테스트해봤는데, 외관상 찍힘도 없었고 키보드, 화면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수리가 잘 되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생각지도 않은 큰 금액이 나가서 상심이 컸습니다.
수리하면 알고리즘 공부랑 작업도 빠르게 될 줄 았았는데, 스트레스를 어지간히 받았는지 슬럼프가 왔습니다.
한동안 포스팅도 안 하고 블로그 관리도 안 했네요.
후유증이 너무 긴 맥북 수리 후기입니다.
이런 애증의 맥북이지만 개발할 때는 이만한 OS가 없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앞으로 애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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